영동 CBS

물꼬트기

저희 집은 어려서 농사를 지으셨는데요.
가뭄이 극심해지면, 농사는 참 힘드시더라구요.
저는 가뭄이 크게 피부로 다가올 일이 없죠.
양수기로 물을 논에 퍼 올리시는 일들을 하셨는데요.
물이 가득한 논에서 가물은 논에 물을 대주면 정말 감사할텐데...

저희 아빠는 이름에 순할 순자가 들어가서인지, 참 선한 분이신데요.
밑에 논이 가물면 뚝을 헐어서 아랫논에 물을 채워 주시곤 했는데요.
어린 제 눈엔 그런 아빠가 바보같았어요.
그게 제 계산법엔 마이너스 같았거든요.
오늘 칼럼 때문에 아빠랑 잠깐 통화를 했는데요. 인터뷰를 한거죠.
그렇게 하는게 잘되는 법이라고 말씀하시는거에요.
잘되는 법으로 제가 요즘 묵상하는건 협업이라는 거에요.

협업...생산의 온 과정을 여러 전문적 부문으로 나누고,
여러 사람이 각 부문별로 맡아서 완성하는 노동형태입니다.
서로 다른 장점이 모여 하나의 큰 성공을 이루어 내는 일
정말 제대로 멋있는 것 같아요.

예전엔 개미와 베짱이에 대해서
베짱이는 게으르고 노래만 해서 겨울에 구걸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,
요즘은 다르게 해석하잖아요.
개미가 열심히 일 할 수 있었던 것은 베짱이의 노래때문이라고 하잖아요.
교회 사역을 하며, 참 이해가 안되는 분들이 있었는데요.
제 눈엔 그분들이 잘 못해서 안했으면 하는 마음까지 생기는거에요.
지금 와서 생각해보면, 하나님이 지체로 만드신 원리를
사실은 제가 배반하고 있더라구요.

때론 연약함도, 허술함도, 실수도
하나님이 함께 하게 만드시는 도구라는 것을 늦게 안거죠.
더 확실한건, 누군가의 눈엔 저 역시 허술하더라구요.
그래서 들보와 티를 말씀하셨죠.

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성공적인 잣대는
그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모두를 아프게 해요.

그런데, 그 연약한 우리를 하나님은
잘 빚어지도록 기다리고 계신다는 거에요.
내 브랜드를 가지는게 성공의 개념이지만,
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통해 교회를 빛나게 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.

그래서 저는 누군가는 교회에서
또 어두운 사회에 물꼬를 터 주는 그리스도인들이 있기를 기도하게 됩니다.

저 역시 그런 전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구요.
꺼져가는 불은 확 꺼버리는게 쉽고,
상한 갈대를 꺾는게 쉬운 우리 인생을
여전히 기다리고 계신 하나님을 닮아 가시길 바랍니다.